[스크랩] 기초 - 모래위에 지을것인가? 반석위에 지을것인가?
건축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건축주, 건축기술자)은 누구나 하자없이 오래 유지되는 좋은 건축물을 짓기 원한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축재료는 수없이 다양하지만 그 어느것을 사용하든지 공학적 지식을 가지고 올바로만 짓는 다면 어렵지 않게 100년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 그 예로 우리나라의 목조 고건축은 1000년 이상된 것들이 많으며 고대 이집트, 로마의 건축물들도 수천년을 이어져 내려오며 아직도 문제없이 사용되는 것들이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이나 캐나다 또는 다른 나라에서 가장 손쉽게 짓는 목조주택도 100년 이상 사용된 건축물이 허다하다.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2000년 전에 지어진 로마의 건물들은 건재한데 그보다 몇배 또는 몇십배 발달한 건축기술로 지은 한국의 콘크리트 아파트나 중소 건물들은 30년이 되면 수명이 다해 재건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인주택이나 소규모 집합주택은 어떠한가? 지은지 10년도 안되어 그 상태가 너절해지고 하자가 많아 엄청난 관리비를 지불해야 하는 건축주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재료의 좋고 나쁜문제가 아니라 공학적 지식을 가지고 원칙을 지키며 짓느냐, 아니면 적당히 보기에만 그럴듯 하게 짓느냐 하는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건축의 규모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것은 기초라 할 수 있다. 기초가 잘 되어 있는 건축물은 하자없이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고 그와 반대로 기초가 잘 못되면 갖가지 하자와 함께 그 건축물의 수명도 짧아지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수 많은 사람들이 그 기초를 소홀히 하거나 기본적 지식없이 남을 따라 하다가 크나큰 낭패를 보게 된다. 완공한지 1~2년 밖에 안된 건물의 벽에 손가락이 들어갈 만큼 큰 틈이 생기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건축물의 벽이 갈라지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가 기초가 잘 못되어 발생하는 하자인 것이다. 특히 벽돌이나 블럭을 쌓아서 건축을 하는 조적조인 경우 벽의 갈라짐 현상은 더 욱 심한데 그 이유는 조적조가 횡력에 아주 약하므로 건축물이 약간만 기울어져도 벽이 갈라지게 된다. 횡력이란 바람, 지진, 파도 등은 물론 온도의 변화에서 오는 수축 팽창에 의해 생길 수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기초가 기울어질 때 수직하중의 일부가 수평하중으로 번하여 건축물을 옆에서 미는 것 같은 수평하중을 발생시켜 벽이나 바닥을 찢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기초의 기능은 중력으로부터 생기는 건축물의 모든 하중을 지반에 전달하여 건축물의 구조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기초의 구조적 형식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줄기초와 독립기초이다. 건축물의 상부구조가 기둥과 보의 형식이면 독립기초를 적용하고, 우리나라의 아파트나 일반 주택처럼 벽식구조이면 줄기초를 적용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주택이나 기타 소규모 건축물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줄기초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위의 그림은 주택의 기초단면상세도이다. 매우 복잡하게 보이지만 주황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줄기초이다. 이것은 상부의 주 구조가 목조 또는 스틸하우스 형식에 치장벽돌 마감을 위한 기조형식이지만 조적조나 황토주택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본기초형식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갖춰야 좋은 기초라고 할 수 있다;
- 기초판의 깊이 : 기초의 가장 하부인 기초판은 상부로부터 내려오는 모든 하중을 지반으로 전달하는 부분이다. 이것이 바로 건축물의 안정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기초의 깊이는 해당 건축물이 위치한 지방의 기후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지하 빙점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 즉 우리나라의 중부 지방일 경우 지하 90cm 이하에 기초판이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기초판 하부가 얼게 되고 기초를 지지하는 지반이 얼면 기초가 상부로 들어올려지게 되어 안정된 지반으로서의 기능이 상실 되는 것이다. 최근에 40cm 이상의 통기초를 쳐서 튼튼한 집을 짓는다고 하는 것은 전혀 틀린 논리이므로 하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립지나 연약지반이 아닐때 기초판은 터파기를 한 다음 흙의 부스러기를 모두 걷어내고 맨땅위에 놓여져야 가장 이상적이다. 물론 연약지반이나 매립지반일 때는 공학적 지반 보강을 해야 한다.
- 기초배수관 : 기초판의 외곽 테두리에 유공관을 설치하여 외부로부터의 수분 침투를 방지한다. 지하수의 흐름은 지반을 불안정하게 하고 기초판하부의 흙을 어지럽혀 기초에 손상을 입힐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기초판 하부에 생기는 지하수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콘트롤 하기위한 수단으로 기초배수관을 설치하는 것이다..
- 기초벽 보온 : 도면에서 노란색으로 표기된 부분이 단열재이다. 외벽은 물론 기초벽 단열은 필수적이다. 지하의 기초벽을 왜 단열할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지하빙점의 상부는 언제든지 흙이 얼어버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데 기초 안쪽이 얼면 기초뿐만 아니라 바닥판이 들어올려져 건물 전체를 불안정하게 하기 때문이다.
- 기초와 바닥판의 완전한 분리 : 도면에서 하늘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바닥판이다. 자세히 보면 바닥판이 기초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지반 구조가 변할 수 있다. 특히 지반빙점 상부의 지반은 더욱 불안정할 수 있는것이다. 지반 구조가 변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지하수의 흐름, 온도변화에 의해 지반이 반복적으로 얼었다 녹는 현상이다. 이러한 부정적 자연현상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그 위의 구조체는 안정적으로 유지 될 수 없는 것이다.
- 바닥판 보온 : 건축물의 내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하자가 있다. 벽체나 기둥의 하부에서 습기가 생겨 도배장판 또는 다른 종류의 마감을 손상시키고 곰팡이 등의 서식이 생겨 실내 환경을 불쾌하고 비위생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모두 바닥판 하부의 온도와 실내 온도의 차이가 섭씨15도 이상 차이날 때 생기는 결로 현상에 기인한다. 따라서 바닥판과 그 하부의 구조체를을 보온처리 하여 실내와 그 하부와의 직접적 온도 차이를 줄이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이다.
위에 열거한 기초의 공학적 기법은 아마도 여러분들이 알고 있었던 상식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원칙을 지키지 않고 확실한 지식없이 하는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귀중한 재산을 손상시킬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요즘 근린생활 시설이나 주택의 기초로 자주 쓰이는 방석(맷)기초는 지반이 매우 연약하여 줄기초나 독립기초를 적용하기 어려울때 지반의 부력을 이용하는 특수 형식이다. 지표면에서 겨우 20cm 정도의 하부에 자리한다. 기초 자체가 아무리 튼튼해도 그것을 받치고 있는 지반이 얼면 부동침하가 생기고 건물 전체가 기울게 되어 서서히 하자가 발생하게 되는것이다.
기초 없는 그릇된 상식으로 기초를 놓는다면 그야 말로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확실히 알고 챙겨야 할 일차적 책임자는 설계자와 시공자, 감리자이지만 그 최종 책임자는 바로 건축주인 것이다.